류원
2023 강원도 건축문화상 입선
건축용도 : 단독주택
대지위치 : 강원도 양양
설계기간 : 2020.7 ~ 2021.2 / 공사기간 : 2021.5 ~ 2021.11
대지면적 : 547㎡ (165.47평) / 건축연면적 : 187㎡ (62평)
설계 : 나우랩
시공 : 건축주 직영 (+집짓는 김소장)
사진 : 최진보
대지는 양양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차로 5분거리 중광정리 지역 산중턱에 위치한 단독주택 마을이다. 바닷가 지역이라 대지는 높은 지대에 위치하지만 바다가 보이지는 않고 대신 남서쪽으로 광활하게 개방된 시원한 시야를 갖추고 있다. 대지는 양양군이 신규 인구 유입을 위해 마련한 택지개발지구로 100~150평 남짓한 면적의 대지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산의 사면을 계단식으로 자른 터에 직교형으로 반듯하게 늘어서있다.
150평쯤 되는 넉넉한 대지였지만 공사비 고려하면서 3인 가족을 위한 적정한 집의 실내 공간 규모를 따져보니 55평 정도. 일부 2층이 필요한 집의 구조상 건축면적은 45평 정도였으니 산술적으로 100평 넘는 외부공간이 남았다. 100평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뭘까. 그냥 비워만 둔다고 좋은 마당이 되지는 않을테니 기능적으로 활용성 좋은 외부공간이 되려면 집 따로, 외부 공간 따로 두는 소극적 방식보다는 집의 큰 틀 속에 외부 공간이 적절히 녹아 들어있는 방식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완전한 바깥과 완전한 실내의 중간 영역이랄까. 처마가 있고 낮은 담과 기둥으로 둘러싸이고 바닥엔 맨발로 다닐 수 있는 마루가 깔리고, 중앙엔 불 피우고 바비큐를 구울 수 있는 자갈 바닥도 있고, 바닥의 말단부엔 가족을 위한 작은 풀장이 있는 그런 마당.
집의 본채는 ㄱ자 형태로 남서쪽에 개방된 풍경 방향으로 앉혔다. ㄱ자 집의 지붕은 크게 연장되어 집의 큰 틀을 이룬다. 건폐율과 공사비를 고려하여 지붕의 중앙은 원형으로 크게 오픈시켜 온전한 바깥이더라도 큰 틀 안에서 날씨와 하늘의 변화를 담는 흥미로운 외부 풍경이 집의 각 부분과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했다.
1층의 주방과 거실, 가족 욕실, 각 침실, 운동실 등의 주 생활공간은 내부에서 홀과 복도를 통해 기능적으로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각 공간의 큰 창을 통해 마당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집 내부 어떤 공간도 어둡거나 구석에 있는 느낌은 없으며 광활한 외부 풍경과 만나게 된다. 이런 배치 덕분에 집은 외부에서 볼 때 실제의 실내 면적보다 훨씬 큰 집으로 보인다. 마당을 에워싸는 연장된 처마와 담, 기둥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단층으로 구성된 집이어서 높이의 압박감은 없고 집 자체가 점유하는 넓이가 특유의 존재감을 갖추게 해주었다.
다양한 집들을 다양한 생각의 건축주들과 함께 설계하다 보면 집도 집주인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정을 주면 집은 점점 빛이 나고, 잘 지어놓은 집이라도 정 없이 살며 가꾸지 않으면 금방 빛이 바래고 볼 품 없게 된다. 어떤 날엔 정적인 풍경이 아름다운 집, 어떤 날엔 동적인 즐거움과 재미가 넘치는 집.. 그 둘이 공존하는 환경이 가족이 원하는 집이었다. 류원(流園)의 의미는 ‘흘러가는 정원’이다. 한가로운 살림집과 어느 휴양지의 특별한 숙소, 그 상반된 꿈 어딘가에 거주자들이 그때 그때 기분 따라 잘 활용할 수 있는 여백 많은 집을 설계하고 싶었다. 집이 아닌 삶의 '틀'이라는 관점에서 건축을 생각해본 프로젝트다.